몇 달 전 OS/2의 부활(?)에 관한 기사를 보다 잠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는데.. OS/2에 대해 알고 있거나 그나마 관심이 있다면 대략 나이 대를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난 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혹은 활동 당시에 사용해보지는 못했지만 과거 유물에 흥미를 느낀 요즈음 세대에서도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개인용 컴퓨터 환경에 워낙 좋아지고 가상화 환경 구축 역시 어렵지 않은 시절이라 OS/2를 VirtualBox나 VMWare에서 운용하는 경우에 관한 블로그나 영상도 제법 있다.
OS/2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대학에서 학위 시절인 90년대 중반 정도 일 것이다. 물론 그 전에는 사용했을 때에는 OS/2 1.X 시절이라 DOS/Windows 환경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시 OS/2 Warp 시리즈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OS/2는 언제나 시스템에서 채 몇 주를 가지는 못하고 다시 Windows로 재설치되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나 그리고 함께 있던 동기 녀석은 지금도 OS/2에 대한 경외감이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OS/2는 분명 당시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 입장에서 훌륭한 운영체제 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편리한 운영체제는 분명 아니었다. 당시 OS/2에 가장 탄복했던 것은 DOS/Windows 설치 과정에서 드라이버 설정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SCSI 인터페이스 카드나 고급 사운드 카드를 설치 과정에서 그대로 인식하여 드라이버가 그대로 설치되어 별 다른 추가 작업 없었던 점이다. 마치 요즈음 최신 MacBook Pro에서 Mac OS를 설치되는 과정에서 흘러 나오는 멋진 음악을 듣는 그런 기분을 20년 전 DOS나 Windows를 사용하고 있던 386 PC에서 경험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DOS/Windows 환경에 이미 익숙했던 입장에서는 OS/2가 제공하는 일반적인 사용 환경이 너무 어려웠다. 물론 OS/2를 설치한 후에 DOS나 Windows 기반의 어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운용할 수 있었지만 OS/2에서의 모습은 새로운 창에서 구동되는 것 외에 차이가 없었음에도 다소 낯설었다. 그리고 한글 등을 포함한 국산 몇몇 어플리케이션이 OS/2의 DOS/Windows 모드에서 원할하게 구동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러한 사소한(?) 이유 덕에 OS/2는 결국 설치 후 몇 일 지나 다시 DOS/Windows로 대체되는 경우가 반복되기도 했다.
요즈음 인터넷 상에 OS/2에 관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대개 제대로 OS/2를 운용해본 경험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내가 OS/2를 가장 많이 본 경우는 HP 시절 POSCO 광양제철소에 갔을 때(태어나서 지금까지도 그렇게 큰 전산실을 본 적은 없다), 메인프레임에 접속을 위한 터미널 프로그램을 운용하기 위한 클라이언트 시스템 상당수가 OS/2를 구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난 아직 OS/2 프로그램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Pentium 4 마이크로프로세서 이후 정상적으로 한번에 OS/2를 설치할 수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 환경은 변했다. 2000년 이후 OS/2는 업데이트 되지 않았고 대략 2006년 정도 IBM은 OS/2 지원을 포기했다. OS/2가 분명 훌륭한 운영체제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386/486 그리고 Pentium III 시절까지 활용 시기였다는 점에서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은 운영체제라는 점도 분명한 것 같다. 사실 가상화 환경에서도 OS/2 설치나 설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내게 Windows 3.X에서 구동되는 몇몇 어플리케이션이 아직 있는데.. 이걸 대체할 현대적인 어플리케이션이 아직 없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필요한 경우 VMWare나 VirtualBox에서 Windows 3.1를 설치하여 사용하곤 했다.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나름 의미있는 어플리케이션이라 만일 OS/2가 제대로 설치된다면 보다 사용하기 유용할 것 같은데.. 가상화 환경에서의 설치는 차라리 Windows NT 3.5X가 나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픽 카드 설정 등의 문제가 OS/2 만만치 않다. Windows 9X에서는 가능성이 좀더 높은 편이기하지만 딱히 정이 안가는 관계로…?

그래서 생각한 것인 현재(!) 공식적으로 설치 및 지원이 가능한-OS/2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eComStation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eComStation은 OS/2 Warp 4.X에 기반한 운영체제로서 나름 현대적인 컴퓨터 환경을 지원하는 새로운 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설치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점은 실망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내가 선택한 컴퓨터 상황이 eComStation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IBM(무려 IBM..!) Intellistation M Pro 6829와 HP Compaq DX6100ST에서 모두 설치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설치가 성공한 경우는 VMWare와 VirtualBox같은 가상화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설치의 성공이 원할한 사용을 위한 완벽한 설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함정이다. 설치 후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이다(이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 포스팅으로).
OS/2에 대한 추억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수 많은 운영체제에 대한 불만과 짜증으로 인한 잠깐의 외도를 꿈꾸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OS/2가 좀더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한 인터페이스가 개선되었거나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지원이 보다 신속했다면-비록 Windows 환경을 대체하지는 못했더라도-지금까지도 꾸준히 사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임베디드 컴퓨팅 환경을 위한 새로운 운영체제로서 OS/2의 부활이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에서 어쩌면 OS/2는 애초 개인 사용자를 위한 운영체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옳았는지 모르겠다.
순전히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정말 OS/2를 이은 OS/3가 IBM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면 좋겠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익히고 주변기기의 설정에 고민하지 않는 그런 환경은 아마도 1970년대 시작한 마이크로컴퓨터, 개인용 컴퓨터 역사의 꿈이 아닌가 모르겠다. 물론 IBM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철수한 지 오래이기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과연 사람이 사람답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을 제공하는 운영체제는 어떤 것일까?
PS. 그러고보면 OS/2라는 이름은 IBM이 얼마나 컴퓨터 세상을 이끌고 있는 가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드러난 것임을 말해주는 한편, 정말 최악의 작명 센스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