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Apple II로 대표되는 8-비트 PC와 IBM PC를 지칭하게되는 16-비트 PC를 기술적으로든 사용 환경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하나는 한글의 사용 유무라고 할 수 있다. 8-비트 PC에서 한글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상도나 처리 속도 측면에서 무리였다. 물론 16-비트 IBM PC 그리고 MS-DOS 환경에서도 처음부터 한글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기술적 한계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 많은 선구자들의 노력으로 개선되어 왔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한글 MS-DOS를 출시하게 된다. 하지만 MS-DOS 환경에서 정확하게-완벽하게-한글 입출력이 가능하게 된 시점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한글 MS-DOS 2.X 버전이 출시되었다는 내용을 보았지만 실제 사용했던 경험은 없다. 그나마 본격적인 한글 MS-DOS의 사용은 3.X 버전에서부터 아닌가 싶은데 별도의 한글 입출력 기능을 가진 PC에서만 운용이 가능했던 걸로 안다. 하지만 한글 문제는 화면 출력뿐만 아니라 프린터 출력에서도 쉽지 않은 해결책이 필요했던 사안으로 기억된다.
1990년을 전후로 삼보나 삼성 그리고 LG 등의 속칭 대기업은 물론이고 큐닉스 등의 중소기업의 PC에서도 자체적인 한글 입출력을 지원하는 BIOS를 탑재하고 한글 MS-DOS를 공급했다. 그리고 회사별로 별도의 워드프로세서 그리고 한글 입력 기능에 맞춰 수정된 Lotus 1-2-3나 dBASE III의 한글 버전으로 함께 공급했다. 1990년 경에 내가 학교에서(다른 곳에 비하면 무척 늦게 도입되었다) 사용한 PC는 Qnix 제품이었는데 한글 폰트가 상당히 미려했고, 으뜸글이라는 자체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실제 Qnix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한글 MS-DOS 개발의 주역이었다고도 한다. 이러한 특정 PC의 한글 입출력에 제한된 프로그램은 다른 PC에서도 한글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었다. MS-DOS 환경에서의 한글 폰트의 크기나 모양새는 상당히 어색한 느낌인 경우가 많았으며 넓지 않은 해상도에 차지하는 공간도 상당했다.
PC 시장의 또 다른 중심이었던-화이트박스로 알려진-조립 PC의 경우 한글 폰트 및 입출력 기능을 갖춘 인터페이스 카드를 설치하거나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한글 환경하기도 했다. 곧 BIOS 역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진화되면서 영문 MS-DOS 환경에서도 한글 입출력이 지원될 수 있었다. 당시 기억으로 한메한글, 태백한글 그리고 한글도깨비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효용성을 가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한글 입출력 기능을 지원 프로그램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아래아 한글이나 이야기와 같은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한글 입출력을 위한 BIOS 프로그램들의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MS-DOS에서의 한글 입출력 기능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한글 구성체계의 조합형과 완성형 간의 대립이었다. 사실 이 문제는 정보화 시대의 한글 표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였지만 정보화를 정부화로 인식하는 수준의 대한민국 정부가 결국 완성형을 표준으로 선정하게 됨에 따라 일단락될 수 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사용자 입장에서는 의미없는 논쟁처럼 비춰졌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있다. 21 세기 아직도 MS-DOS에 이은 MS-Windows 운영체제로 한정한 현실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남아있다고 본다.
MS-DOS의 한글 문제는 5.0 이후 크게 개선되었는데(4.0 버전은 워낙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언급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완성형 기반의 웬만한 한글 프로그램은 무리없이 작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초기 MS-DOS 환경에서 가장 많이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보석글도 특별한 조치없이 실행될 수 있었다.

그러나 PC에서의 한글 입출력은 다가 온 한글 Windows 3.X 출시 이후에는 이전과 같은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한글 Windows 3.X이나 Windows 95가 출시되기 전에는 이런저런 방안들이 동원되었지만 해결은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이었다. PC의 하드웨어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제약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덕분에 그 사이 한글 입출력 기능이나 폰트 개발 등에 수고한 수 많은 이 땅의 선구자의 노력이 지금에서는 상당히 가려졌다고 볼 수 있다.
Virtual Box를 사용함에 있어 한글 MS-DOS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간혹 예전에 작성했던 초기 국내 워드프로세서 파일을 직접 열기 위한 용도 정도일 수 있다. 그나마 그런 파일이 저장된 플로피 디스크를 읽을 수 있는 플로피 드라이브가 장착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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